📕 Nature & Wildlife

#3. 새벽형 인간 되어 본다고 뜬금없이 일찍 일어나서 조깅하다가 야생 토끼 마주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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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트에 적었듯, 웨일스에 있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야생동물들을 다양하게 만났다. 이번에 적어보는 에피소드는 아침 일찍 산책하다가 꽤 큰 야생 토끼와 마주친 이야기다.

2020년 7월 6일, 그 누구도 일어나기 전인 아침 6시 알람에 맞춰 눈을 떴다. 아침잠이 많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린 것 같지만, 나도 마음먹으면 쉽게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허허 이유야 어찌 되었든…. 신선하고 살짝 쌀쌀한 아침 공기도 땡기고 해서 후다닥 운동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시골 지역이라 원래 맑았던 공기지만, 아침 일찍 나서 보니 한껏 더 상쾌했다. 들판이 온통 내 것이 된 것처럼 감성에 젖어 인스타 스토리에 영상도 올려보고 (@seheeintheworld) 아침 햇살 덕에 키다리가 된 내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 보고 산책길 사진도 찍었다.

언젠가 양 떼가 이 길을 지나간 것인지, 곳곳에 동물 털 흔적도 남겨져 있는 걸 보면서 아무것도 못 알아냈지만 길 가다 혼자 탐정 놀이도 해봤다. ㅎㅎㅎ 인적 없는 아침 숲 속을 혼자 걷는 게 조금 무서웠던 순간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뿌듯한 조깅을 했다. 걷다 보니 인가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길 한복판에서 토끼 한 마리를 마주쳤다.

그 당시 내가 받았던 인상으로는, 거리가 있었음에도 꽤나 덩치가 있는 토끼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전에 조시 어머니께서 자전거 타다가 산토끼(hare)를 본 적 있다 하셨어서 순간 “저것이 설마… 혹시?!?!” 하는 아주 어마어마한 흥분과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TV에서 서로 주먹질하는 장면으로만 보던 그 hare를 실물로 영접하는 것인가?’ 하며 설레발쳤던 나… 거리+폰 카메라의 한계로 정확히 포착을 못 해내서 아쉬웠지만, 내 마음속에선 이미 hare로 굳었었다. ㅋㅋㅋ 다음 달 내 다이어리 커버 그림으로 정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집으로 돌아온 뒤, 조시와 조시 어머니에게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신이 난 나는 산토끼(hare)를 봤다고 했지만, 조시 어머니의 기억 속 hare에 비하면 평범한 야생 토끼인 것 같다는 판정이 났다. ㅠㅠ 속상한 마음에 다시 들여다봤을 때 ‘토끼치고는 귀 모양이 hare 귀에 가까워 보이지 않나?’ 싶으면서도, 사실 좀 애매한 사이즈고…. 폴짝폴짝 뛰어갔을 때 꼬리를 봤더라면 명확했겠지만, 귀 부분 말고는 차이점을 잘 몰랐던 내가 그걸 확인했을 리가 없고… ㅎ

인터넷에서 다른 사진 몇 장하고 비교해 보니 산토끼라 하기엔 좀 작은 것 같아서 나도 결국엔 야생에 사는 토끼(rabbit)로 단정 지었다만, 종종 위 사진을 볼 때마다 ‘혹시라도… 아기 산토끼였을 가능성은 없을까’ 하고 아직도 (헛된) 희망을 품곤 한다.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이웃집 정원에 사는 야생 토끼들하곤 확실히 좀 달랐는데… ㅜ_ㅜ (걔네들은 정말 흔히 떠올리는 토끼처럼 생겼었음..)

아무튼, 내 거의 유일무이했던 아침 6시 산책은 이렇게 상쾌 쌀쌀한 바람과 산토끼인 줄 알았지만, 그냥 좀 큰 야생 토끼로 그려진 채 끝났다. 언젠가 의심의 여지없이 누가 봐도 hare라고 생각할 수 있는 hare를 마주칠 날이 오길 바라며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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