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0일, 조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사과 농장에 가봤다. (아주 어릴 적 체험학습으로 다녀왔을 수도 있지만 내 기억 속에선 없으니깐 처음인 걸로!) 종류별로 다양한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게 신기하고 내가 먹을 사과를 직접 딸 수 있다는 거에 꽤나 신이 났다.
길목에 두더지가 이동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ㅋㅋㅋㅋ 귀엽…
어릴 때 제일로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 하면 망설임 없이 사과!라고 말할 정도로 사과를 많이 좋아했다. 매일 식후 사과를 먹곤 했는데, 정작 사과의 종류가 엄청 많다는 건 영국에서 지내면서 알게 됐다. (도시 안 개굴개굴!) 한국에 있을 때 ‘부사’는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엄마 따라 마트에 장 보러 가면 빨간 사과, 초록 사과로밖에 구별할 줄 몰랐다. ㅋㅋㅋㅋ
그랬는데 웬걸, 이 농장에서 본 사과 종류 이름만 해도 최소 4개… (Russet, Cox, Discovery, Bramley apples) 조시 외할머니 댁에 가면 아예 영국에서 구할 수 있는 사과에 대한 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여기서 판매하는 사과 품종이 엄청 많다. 종류별로 수확하는 시즌이 달라서 계절에 따라 제철 사과 종류도 바뀐다.
이번 사과 농장 방문 때 본 사과들을 내 기억력을 토대로 구분해 보자면… 러싯은 대체로 황토색에 약간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고, 씹을 때 수분은 있는데 살짝 퍽퍽함? 작게 씹히는? 그런 식감이 있다. 달고 맛남.
콕스는 좀 더 전형적인 붉은색 사과같이 보였는데, 전체가 다 빨갛다기보다 오렌지빛이 섞여 있었다.
디스커버리 사과는 좀 더 작고 핑크 핑크 한 겉 색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거보다도 잘라 보면 내부나 테두리가 핑크색으로 물든 것처럼 붉은 기가 있다. 브램리는 연두색에 단단하고 매끈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냥 먹기엔 신 편이라 조리용 사과 (쿠킹 애플)로 알려져 있다. 애플 크럼블 만들 때 짱!
아무튼, 이 농장은 이 엄청난 규모의 사과나무들을 되게 자유분방하게 둔 것 같았다. 벌레 먹은 것도 그런대로 두고 익은 정도가 최상을 지나서 이미 바닥에 똑똑 떨어진 애들도 그냥 두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손님들 알아서 골라 담아 가시오~ 이런 느낌이었다. ㅋㅋㅋ
챙겨 온 장바구니에 먹고 싶은 종류의 사과를 양껏 담았다. Pick Your Own (PYO) farm이어서 여기서 내가 원하는 종류를 원하는 만큼 담아 카운터에 가져가면, 종류별 전체 무게를 재서 최종 가격을 알려주고, 그 가격만큼 지불하면 된다. 콕스는 몇 개만 따고 디스커버리 사과는 나무 구경만 잠깐 했고. 거의 러싯이랑 브램리 사과로 가방을 두둑이 채워 왔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사과를 흐르는 물에 씻어 마른 천 위에 올려두었다. (사실 나는 구경하고 세척된 사과들 사진 찍음…헿) 그리고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차 한잔하면서 따온 러싯 사과를 바로 먹었당ㅎㅎㅎ So fresh~~
거기에 gentle apple pusher인 조시 외할머니께서 우리 플랏 가서도 잊지 말고 사과 챙겨 먹으라고ㅋㅋㅋ 작은 쇼핑백에 러싯이랑 브램리를 넣어 챙겨주셨다. 지금까지 세 번인가? 리필 받았는데, 며칠 전에 이 브램리 사과로 apple crumble, apple & fig crumble을 만들어 먹었다. 미미(美味)~~
다 같이 갔던 날 다음 주말에 두 분이서 한 번 더 농장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올 한 해 시즌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이 구해다가 창틀에 놓고 보관하면서 겨울 동안 챙겨 먹으려고 러싯 사과를 더 따오셨다고…. 한국에서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걸까ㅋㅋ
처음에 따온 사과도 내 기준에선 양이 많아 보였는데, 둘이서 먹으니 금세 줄어들었다고 하시면서도 우리가 종종 들를 때마다 사과 리필해 줄까 하시는 걸 보면 우리 것도 챙겨주려 하신 게 틀림없다. 쏘 스윗-
두 분 덕분에 사과 농장도 가보고, 사과도 처음으로 따 보고, 그렇게 따온 사과로 맛있는 푸딩도 해 먹을 수 있었다. 넘나 잘해주셔서 언제나 함께 시간 보내고 싶은데 이 눔의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못 놀러 가서 아쉽고 답답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