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손으로 뭔가 만들고 이벤트 기획하는 걸 좋아했다. 영국 생활을 하면서도 이 ‘끼’를 드러내는 때가 있는데, 바로 가족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줄 선물을 준비할 때다. 받는 이가 필요하고 좋아할 만한 완벽한 아이템을 상점에서 발견할 때의 짜릿함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 경험상으론 수제 선물이 더 큰 감동을 가져왔다.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아이디어가 유형의 물건으로 완성될 때의 뿌듯함, 자부심 역시 보람차다. 그래서 이 디지털 일기장에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만들어본 DIY 선물과 받는 이를 위해 맞춤 디자인한 물건들에 대해 자랑을 좀 해볼까 한다. ㅎㅎㅎ 이글이 이 일기장을 열어 읽고 있는 분들에게 자신만의 DIY 선물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을, 재밌는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라며.
커스텀 퍼즐 주문 인쇄
영국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보다 훨씬 더 낮이 짧은 데다가, 기온 상으론 한국보다 따듯할지 몰라도 종일 으스스하게 추운 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직소 퍼즐은 꽤 좋은 옵션이다. 언제는 조시 가족들에게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중 직소 퍼즐 맞추는 걸 즐기고 한국에 가보신 적이 없던 분이 계셨다. 그래서 그분을 위해 조시와 같이 1,000개 피스짜리 맞춤 직소 퍼즐을 주문했다. 좋은 직소 퍼즐은 도안에 여러 색이 있고 복잡다양한 것들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받는 분께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이를 고려해서 그동안 우리가 한국에서 찍었던 사진 중에서 아주 뚜렷하게 한국적이고 다채로운 사진 네 장을 골랐고, 그 네 장의 사진들로 콜라주를 만들었다. 실제 퍼즐 제작은 영국 내 사진 인화 업체 중 퍼즐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하나 골라 완성했다.
혹시 누군가 직소 퍼즐을 주문 제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고화질의 사진을 사용하고, 사진의 배경 부분은 최소화할 것을 추천한다. 이 사진 네 장 모두 원본들은 훨씬 더 많은 빈 배경이 있었는데, 사진을 많이 확대해서 그 부분을 줄였다. 큰 특징 없는 하늘 부분이 퍼즐 조각으로 너무 많이 만들어짐으로써 올라가는 난이도 대비, 퍼즐 세트에 대한 흥미도가 더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다.
맞춤 달력 주문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거의 바로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달력은 꽤 흔한 선물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도! 흔한 달력 선물을 조금 덜 전형적이게 바꿀 수 있는데, 매달 받는 이에게 내가 소개하고 싶거나 받는 이와 공유할 추억이 담긴 사진 열두 장을 고르고 맞춤 달력을 만드는 거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조시에게 줄, 나무 세움대가 포함된 탁상 달력을 주문했다. 한 해가 끝나면 나무 세움대는 재사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고, 벽에 걸 새해 달력은 이미 선물 받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같이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즐거운 추억 회상도 하고, 실내 장식용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이 달력의 열두 달이 끝난 지금은 사진들을 정갈하게 재단해서 앨범에 보관했다. 여러모로 DIY 선물로 커스텀 달력을 추천하는 바다.
DIY 선물: 내 손으로 만든 아주 개인적인, 미니어처 소품들(인형의 집)
두 해 전 크리스마스 때, 오래된 인형의 집을 가지고 계신 분을 위해 무민(Moomin)과 사진이 포함된 액자 두 개, 그리고 샘플용 벽지 도안을 미니어처 소품으로 만들어드렸다. 이 소품들은 모두 받는 분의 취향, 관심사, 추억 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아주 반응이 좋았던 성공적인 선물이었다.
1년 뒤, 인형의 집 보수 공사가 끝나가서 새로운 가구와 소품들을 추가할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작년 크리스마스 때 소품을 더 만들어드렸다! 여러 방 중에 하나는 어떤 주제로 꾸미실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소품을 새로 만들어야 할 지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만드는 작업도 쉬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럴 땐 도전을 좋아하는 편….) 나나 선물을 받으신 분이나, 업그레이드된 인형의 집 안에 이 소품들이 잘 자리를 잡아 만족스러웠다.
커스텀 ‘Blue Plaque'(블루 플라크) 제작
커스텀 Blue Plaque (블루 플라크) 제작은 소소한 재미를 주기 위한 DIY 선물이었는데, 특히 큰 생일을 앞둔 분에게 기념용으로 전달하기 딱 맞다. 영국 여행을 하다 보면 건물에 동그랗고 파란 안내판 같은 게 붙은 걸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Blue Plaque다. 해당 건물에 저명한 누군가 거주한 적이 있거나 기억될 만한 사건이 일어난 경우, 여기에 간단한 설명이 있어서 길 가다 잠깐 멈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Blue Plaque가 설치되는 바로 그 조건과 관련해, 이 선물을 받을 분이 ‘명성 있고 기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재밌는 다정함을 전하고 싶었다.
이걸 만드는 건 받는 이를 최대한 잘 묘사할 재치 있는 문구를 생각해 내는 것 말고는 어렵지 않았다. 가장 위트있는 문구였다고 장담하진 못하지만, 선물 받은 분께서 아주 좋아하셨으니 성공인 거다. ㅎㅎㅎ 앞서 소개한 몇몇 주문 제작 선물처럼, 이것도 온라인 인쇄 업체를 통한 거라 거기서 정해진 형식에 맞춰 글귀를 작성하기만 하면 됐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 그분 집 밖에 내 선물이 걸려서 사람들이 길 가다 말고 (공식 Blue Plaque가 아닌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그 내용을 읽었다고 들었다. ㅋㅋㅋ 지금은 실내로 옮겨져서 현관 신발장 쪽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다.
축하 케이크에 독특한 장식하기
파티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주인공의 색깔을 담아 축하 케이크를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파티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맛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것부터 그 사람이 떠오를 만한 무언가를 이용해 케이크를 장식하는 등 그 색깔을 담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요소를 담아낸다고 케이크 장식을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래 사진들로 예를 들면, 왼쪽의 빅토리아 스펀지 케이크 장식은 스펀지 위에 말 그대로 진짜 아이싱(슈가 파우더)만 뿌린 거다. 인터넷에서 찾은 곰 발자국 그림을 뽑아서 케이크 위에 올린 다음 그 위로 아이싱 설탕을 뿌렸다. 엄청 간단했는데 생일 주인공에게 아주 깊은 인상과 만족감을 선사했다. (주인공이 곰을 아주 좋아함). ㅎㅎㅎ
케이크 장식으로 썼던 또 다른 아이디어는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여우 모양의 티 라이트 캔들 홀더를 이용하는 거였다. 일반적인 생일 케이크 초 대신 여우가 들어간 디자인의 티 라이트 홀더를 썼다. 그렇다, 이 생일 케이크의 주인은 여우와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었다. 초콜릿 글레이징이 캔들 홀더에 묻으면, 이 추가 선물도 우리가 먹을 케이크도 쌍방 곤란해질 거였기 때문에 대나무 꼬지를 잘라 짧은 막대 여러 개로 만들었다. 그걸 케이크에다가 꽂아 가장 위층의 시트 밖으로 나오게 한 다음, 여우 티 라이트 홀더를 이 지지대 위에 얹었다. 초콜릿 버튼들은 이 둘 사이 공간을 가리기 위해 쓰였다.
고슴도치도 만들었다. (이것도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야생동물 관련된 건데, 맞다, 조시네 다 야생동물에 엄청 관심이 많다!) 아무튼, 이 세 가지 예시 모두 케이크 장식으로 고난도의 파이핑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원래는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내가 만든 DIY 선물 10개를 이 한 포스팅에 다 적을 계획이었는데, 한참을 적었다 싶었는데 아직 절반까지밖에 소개를 못 한 걸 깨달았다. 자랑이 길었나 싶긴 하지만, 내 아이디어와 결과물에 뿌듯했던 것들이라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머지 다섯 가지는 다음 글에 마저 적기로 했다. Part. 2 글에는 내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DIY 선물 중 가장 야망 있고, 내 능력밖의 기술과 지식을 요구해서 무모해 보였던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으니 기대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