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 오늘, 스톤헨지 여행 중에 유럽 찌르레기(Common starling, Sturnus vulgaris) 무리와 알락할미새(Pied wagtail, Motacilla alba) 한 마리를 봤다.
스톤헨지를 보러 간 건 두 번째였다. 처음은 7/8월 한여름이었는데, 그때 바람이 엄청 세게 불어서인지 두 번째이자 가장 최근 방문이었던 이 여행과 비교해도 체감 온도는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ㅋㅋㅋ 오히려 이날은 해가 쨍해서 여름에 갔을 때보다 사진 색감은 더 잘 나온 듯…?
위 사진 속의 새가 (유럽) 찌르레기(common starling)다. 지난달에 동네 산책하다 마주친 동박새(nuthatch)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이름은 나중에 검색해보고 ‘아~ 이 이름의 새가 이렇게 생긴 애였구나!’하고 알게 됐다. 영국에서 살면서 자연, 동물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요즘엔 동물들 이름 배우고 identification 하는 재미로 지낸다.
첫 스톤헨지 여행 때는 못 봤던 (어쩌면 그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지도? 아님.. 사람이 더 많았어서? 아니면 계절이 달라서?) starling은 얼핏 볼 땐 단조로운 색을 가진 것 같지만 조금 더 보니 다양하고 화려한 색을 가진 새였다. 특히 볕이 드는 곳에서 본 starling은 보라색에서 초록색까지 그라데이션에 윤기 있는 털을 뽐냈다.
잔디에 여러 마리가 같이 있었는데 얘네들은 무리 지어 활동한다고 한다. Starling의 또다른 인상적인 특징으로는 무리 지어 비행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이 장면은 나중에 유튜브 영상으로 검색해서 봤는데, 실제로 마주하면 신기함을 넘어 소름 돋을 것 같았다.
Starling 색깔에 묘하게 빠져 있다가 고개를 돌렸는데, 쬐그맣고 귀여운 새가 ‘안녕?’ 하고 통통 움직이고 있었다. 얘는 Pied wagtail(알락할미새)!
쌀쌀하고 평일 & 비성수기여서 그런지 스톤헨지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는데, 이 pied wagtail은 ‘관광객=끼니 해결’이라는 공식을 진작에 통달했던 것 같다. 우리를 포함해 드문드문 나타나는 방문객들 주위를 계속 맴돌면서 혹시라도 자기를 위한 콩고물이 떨어지진 않을지 기대한 걸 보면…. 그 와중에 세차게 부는 바람에 pied wagtail의 가볍디 가벼운 몸뚱이는 계속 날리고…. ㅋㅋㅋ 움직임만 봤을 땐 탁구공처럼 가벼운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주체 없이 흔들리는 것 같았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그래도 탁구공, 셔틀콕보다는 무겁단다. 테니스 공 무게 반띵 한 정도? ㅎㅎㅎ
스톤헨지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까 한국인 여행자들도 영국 여행 중에 많이 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언젠가 스톤헨지를 갈 계획이 있다면, 나처럼 찌르레기와 할미새와도 조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 ㅎㅎㅎ 거대한 스톤헨지 바로 옆에 바람에 날아가듯 가볍고 작은 할미새는 진짜 너무 귀엽고….. 찌르레기 여럿이서 (할미새에 비해 크고 근엄한 모습으로) 초록색, 보라색 뽐내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매력적이다.
작년 한 해동안 영국 생활 중에 겪은 야생동물 에피소드가 여럿 돼서 매달 그전 달에 있었던 야생동물 & 자연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2월~3월 첫 주 사이에는 실물로 처음 본 새 종류가 꽤 돼서 3월 테마를 새로 잡아 그림을 그렸는데, 여기에 이 찌르레기와 알락할미새도 포함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