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ativity

#1.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직접 본 야생동물을 주제로 꾸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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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2020년 하이라이트는 자연과 야생동물이다. 다이어리에 관심 많던 과거가 떠올라서 작년 초에 불렛저널을 써보게 됐는데, 자유도가 매우 높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어서 올해는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불렛저널 쓰기와 나의 2020년 하이라이트를 연관 지은 성과가 있으니, 바로 이전 달에 마주치거나 관찰한 야생동물을 새로운 달의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용으로 그린 것이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아서 관찰 중에 찍은 사진이나 온라인 이미지/사진 등을 보면서 거의 따라 그렸다. ㅎㅎㅎ 몇 달 치 밀리는 때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2020년이 끝나기 전에 12장의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이미지를 다 그려냈다! 영국 생활 중에 생긴 자연과 동물 관련 에피소드는 계속 따로 블로그에 적어 나갈 예정이고 이 포스팅에는 불렛저널에 그린 그림들을 모아보았다. (세희의 영국 일기장 📕 Nature+Wildlife 편 글 목록 보기)

1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야생 고슴도치 병원에서 만난 고슴도치들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1월): Shepreth 야생 고슴도치 병원 방문기 - Sehee in the World

2020년의 첫 커버는 2019년 생일에 Shepreth 고슴도치 병원에 가서 완전 처음으로 (입원, 치료 중인) 야생 고슴도치를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거다. 참고한 그림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틴케이스에 인쇄된 고슴도치다. 위에 적은 문장은 병원 견학(?) 당시에 우리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던 분이 고슴도치와 관련해 했던 말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작디작은 고슴도치지만, 스스로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I am big and strong’이라고 써 봤다. 밑에 적은 문장은 당시 퀸덤에 빠져있던 때인데, (여자)아이들의 노래 가사가 앞선 문장하고 어울릴 것 같아서 적었다. ㅎㅎㅎ

2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볼로네즈 스파게티 저녁과 깜짝 손님

2020년의 2월 커버는 1월 7일 저녁에 주방 쪽 프렌치 도어를 사이에 두고 마주친 여우를 그렸다. 볼로네즈 스파게티 냄새를 맡고 온 거로 추정된다. ㅎㅎㅎ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은 전혀 없던 거로 봐서 이 동네 이웃들한테 음식을 얻어먹었던 경험이 꽤 있던 것 같다. 오히려 눈을 일정 시간 이상 마주치니까 프렌치 도어 쪽으로 더 가까이 와서 앉았다. 그림은 여우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글링해서 내가 그리고 싶은 스타일로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그렸다. 여우 그림도 꽤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양옆을 볼로네즈 스파게티로 꾸민 게 더 뿌듯했다. ㅋㅋㅋ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2월):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깜짝 손님 여우 - Sehee in the World

3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새들의 봄을 맞이하는 자세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3월): 봄 풍경 - Sehee in the World

2020년 3월의 커버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다. 2월 (+3월 첫주)에 새를 많이 봤다. 이건 sighting 날짜를 안 적어둬서 정확한 일자는 모르겠다. 쌍무지개, blackbird(대륙검은지빠귀)가 마당 잔디에서 지렁이를 뽑아 먹는 장면, 노란색, 보라색, 흰색의 알록달록한 crocus(크로커스)가 피는 건 동네에서 봤다. red kite(붉은솔개)는 사우스 옥스포드셔 쪽을 통과할 때, starling(찌르레기)와 pied wagtail(할미새)는 스톤헨지에서 마주쳤다. (그래서 March를 스톤헨지 느낌 나게 그려 보았다.)

4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기절한 범블비 구하기

2020년 4월의 커버로는 첫 번째 록다운으로 웨일스에서 생활하던 때 있었던 일을 그렸다. 3월 22일 오후, 기절한 bumblebee(뒤영벌) 한 마리를 꿀과 그늘 제공으로 구했던 이야기다. (12장의 그림이 다 그렇듯, 이것도 진짜로 일어난 일이다). 기가 막힌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보면서 최대한 정교하게 따라 그려봤다.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4월): 범블비 구조 - Sehee in the World

5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아크로바틱 청설모와 데구르르 토끼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5월): 아크로바틱 청설모와 행복한 야생 토끼 - Sehee in the World

2020년 5월의 커버는 아마도 4월 15~16일 밤, 정원 쪽 카메라 트랩에 찍힌 rolling bunny와 4월 22일 점심때 본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새순을 먹는 청설모를 그렸다. 토끼를 생각보다 너무 크게 그리는 바람에 모나미 사인펜으로 칠하느라 애먹었던, 그래서 결국 ‘츄바카’처럼 되어버린 데구루루 토끼. 그리고 색깔 표현이 어려워서 또 나름대로 애먹었던 아크로바틱 청설모… ‘아, 맞아 나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었지’ 하고 한 번 더 깨달은 표지지만, 적어도 bluebells(블루벨)은 내 마음에 들었다.

6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Silly Billy the Pheasant

2020년 6월의 커버는 5월 28일 저녁 산책 중 마주친 꿩이다. 돌담길을 따라 핀 foxgloves(디기탈리스)도 모양이 인상적이라 같이 그려봤다. 이 꿩은 동네 곳곳에서 여러 번 마주쳤던 애로, 자유 영혼을 가진 자다. 이날은 담장 모서리에 엉덩이를 딱 맞게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처음엔 꿩이 거기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어?!’ 하고 무의식적으로 외치자마자 얘도 당황했는지 우리가 있던 반대편으로 폴짝하고 내려서 호다다 하고 사라졌다.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6월): Silly Billy 꿩 - Sehee in the World

7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저녁 산책 중인 사슴 가족

불렛저널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7월): 사슴 가족의 저녁 산책 - Sehee in the World

5월의 ‘츄바카’ 토끼와 함께 ‘아, 맞아 나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었지’ 하고 또 겸손하게 만들어준 2020년 7월의 커버 그림이다. 6월 14일 저녁 식후 산책 중 먼 거리에서 발견한 사슴 가족이다. 이때까지 나만 이 동네에서 사슴을 못 봤었는데, 드디어 마주쳤던 날이다. 이날 이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웨일스 생활 중에 한두 번 더 봤던 것 같다. DSLR로 찍었던 사진을 확대하고 확대해서 참고하며 그렸는데, 확실히 어설픈 실력이다. 휘리릭 하고 페이지 넘기면서 보면 만족스러운 그림이다. 6월 커버 문구와 같이 말장난으로 ‘Oh, dear, oh deer!’로 적어봤다.

8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실개천에 아침 산책하러 나온 쇠물닭 가족

2020년 8월 커버로는 7월 1일 아침에 방 창문 너머로 본 moorhen(쇠물닭) 가족을 그렸다.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는데 어디선가 ‘뾱뾱뾰록뾱’ 하는 소리가 나서 창밖을 보니 개울 바로 앞에서 moorhen 네 마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불렛저널 커버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8월): 쇠물닭 가족의 아침 산책 - Sehee in the World

9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망원경 렌즈에 나타난 오소리

불렛저널 커버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9월): 망원경 속 오소리 - Sehee in the World

2020년 9월 커버는 사실 이달에 있었던 걸 그렸다. 8월에도 이런저런 야생동물 에피소드가 있었으나, 9월의 자연 & 야생동물 sighting의 하이라이트로 하나만 꼽을 수가 없어서 9, 10월 커버에 나눠 9월 중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15일 어스름해진 시간, 야생에서 망원경을 통해 오소리 (실루엣)을 발견했던 일이다. 대신 9월 글자는 8월 15일에 야생 블랙베리를 땄던 걸 표현해봤다.

10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정원에 나타나 물 마시는 고슴도치

2020년 10월의 커버는 9월 21일 (정확하게는 22일로 넘어간 시점)의 일을 그린 것으로, 정원에 놓인, 새들이 목축이고 목욕하는 그릇에 나타나 물을 홀짝홀짝 마시는 고슴도치다. 이 그림은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린 건데, 같은 방식으로 그린 7월 커버와는 달리 매우 만족스럽게 완성됐다. 동물의 정면 얼굴을 안 그릴 때 대체로 잘 나오는 듯….ㅋㅋㅋㅋ ㅠㅠㅠ 그림뿐 아니라 2020년 한 해 동안 실제로 야생동물을 마주한 경험 중 가장 귀염 뽀짝 했던 순간이었다.

문구는 9월 커버에 그렸던 오소리 관찰과 연결지어 봤다. 첫 시도에 오소리를 봤던 경험이 너무 신기해서 내 새 최애 동물이 되려던 차에, 같은 날 밤에 나타난 고슴도치가 마치 “세희의 최애는 나 고슴도치다.” 하는 것 같단 생각에 I am your favourite. 을 마지막에 적었다. ㅎㅎㅎ (이 고슴도치를 9월 15일 이후로 여러 번 봤다).

아 그리고 모퉁이에 그린 황토색 동그라미는 russet이라고 하는 사과다. 영국에선 사과의 종류를 참 다양하게 보는데, 그중 하나인 russet을 그렸다. 원래 10월 글자를 이 사과로 그리려고 계획했었는데, 11월 거랑 헷갈려서 도토리를 그려서.. 네 모퉁이에라도 사과를 넣어봤다. 사과는 9월 20일에 농장에서 Pick Your Own 형태로 파는 사과를 따왔던 경험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렸다.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10월): 물 마시는 고슴도치 - Sehee in the World

11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도토리 먹는 양 Tom

불렛저널 커버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11월): 도토리 먹는 양 Tom - Sehee in the World

2020년 11월의 표지는 7월 표지로 그린 사슴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유는 역시나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그렸고 동물의 얼굴이 등장..) 10월 1일에 있었던 일인데, 도토리를 먹는 양을 만났다. 이후에 구글링했을 때 도토리 속 타닌 성분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양한테 좋지 않을 거라는 걸 봐서 걱정되긴 했지만, 톰은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12월 불렛저널 먼슬리 표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털찐 홍방울새와 유럽울새

겨울이 되면 야생동물의 활동이 줄어들어 확실히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2020년 11월에 처음 본 새가 있어서 12월의 커버로 그려봤다. 이거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그리기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사진을 보며 그렸다. 11월 8일, 동네에서 조금 더 벗어나서 근처 자연보호지역을 걷고 왔다. 그 구역 안에는 새 모이통과 새를 관찰할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된 곳이 있는데, 거기서 European goldfinch(홍방울새)를 처음 봤다. 홍방울새와 함께 그린 European robin(유럽울새)는 크리스마스 하면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동물이라, 12월 주제에 적합하다 싶어 홍방울새와 함께 그려봤다.

불렛저널 커버 꾸미기(자연&동물 테마; 12월): Goldfinch & Robin - Sehee in the World

매달 대표적인 sighting을 그리다 보니 1년 동안 12장’만’ 그리면 된다는 게 부담이 확실히 적긴 적은 것 같다. 그림 한 장만으로도 이전 달의 야생 동물, 자연과 관련된 (소소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휑했을 것만 같은 내 2020년에도 행복한 조각들이 꽤 있었다는 걸 떠올리게 해줘서 감사하다.

가족들 사이에서 나의 ‘2020년 자연과 동물 관찰 먼슬리 그림 그리기’가 반응이 좋았고 2021년에도 꼭 해보라는 응원을 받아, 그림만 모아둘 노트를 따로 마련할까 싶다. 올해는 또 어떤 먼슬리 그림이 탄생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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