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태어나 처음으로 야생 블랙베리를 따봤다. 블랙베리가 영국에선 7월 중순에서 9월 사이에 한창 시즌이란다. 그런데 올해는 이 동네에 비는 너무 안 오고 기온이 높았던 날이 많았대서 블랙베리 상태가 어떨지 몰랐다.
집에서 한 15분~20분 정도 걸어서 야생 블랙베리가 많이 있다는 곳에 도착했다. 경사져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데로 올라와서 블랙베리 덤불을 둘러봤는데, 다양한 상태의 블랙베리가 많이 있었다. (토끼와 여우 똥도 엄청 많았다. ㅎㅎㅎ)
과일이 흐물흐물하지 않고 적당히 단단한, 검은빛 띠는 걸로 잘 고르면 되는데, 파리가 건드려서 알갱이가 얼마 없고 쬐끄만한 것들은 피하라고 했다. 그리고 무릎 높이보다 낮은 덤불에서 익은 블랙베리는 야생동물이나 산책 나온 개들의 접근권에 들어가서 따지 않구, 또 사람들 접근이 쉬웠을 법한 곳에 있는 애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위험 생각해서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았다.
처음 해봐서인지 조언에 따라 이것저것 제외하고 나니까 내 컨테이너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허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도 가까워져 가서 발걸음을 돌렸다. 내 블랙베리 박스는 여전히 한 1/3 정도만 찬 상태였다. 내가 똑땅해하니까 조시 외할머니께서 마스터 스킬 발휘하셔서 돌아오는 길목에 있던 블랙베리를 똑똑똑 따주셨다. 순식간에 내 박스도 꽉 찼다. 히히
집에 돌아오고 꽉 찬 블랙베리 박스 위에 우리 세 사람의 손을 펴서 인증샷을 찍어 두었다. 손가락에 진보라색으로 블랙베리 물이 들었다.
영국 곳곳 야생에서 찾아보기 쉬운 블랙베리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집에서 요리해 먹으려고 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구 한다. (적어도 잉글랜드에서는 그렇다고 읽음ㅎㅎ)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싱싱한 야생 블랙베리로 디저트 맛나게 해 먹고 있다. ㅋㅋ 남는 건 내일 얼리기로 했다.
디저트를 만들고 나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끝내 버린 블랙베리 & 애플 크럼블(blackberry & apple crumble)과 블랙베리 클라푸티 (blackberry clafoutis), 블랙베리 & 애플 콤폿 (blackberry & apple compote)…. 남은 블랙베리로 또 뭘 만들어 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