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비 오는 날, 경복궁 생과방 체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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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생과방. 올해 봄에 오랜만에 한국에 있으면서 했던 액티비티 #2에 대해 느지막이 후기를 적어 본다.

상반기 때는 별도의 예약 시스템이 없이 경복궁 생과방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자리가 생기는 대로 입장하는 식이었다. (가장 최근 행사 정보는 이 링크를 참조) 보통은 비가 오면 야외 관광지도 한적하고, 비 오는 궁궐 풍경도 좋아하는 데다가 경복궁 수문장의 새로운 우장(雨裝; 우천 시 복장)도 궁금했기 때문에 생과방 체험도 일부러 비 오는 날을 골라 방문했다. 생과방은 10시부터 개방이라 했지만.. 인기가 많으니 혹시 몰라 비가 오더라도 경복궁 개장 시간에 맞춰 갔다.

생과방 입구에는 아마 9시 20분 전후로 도착했던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이미 세네 팀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전략’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ㅎㅎ 직원 분이 나와서 장부에 온 순서대로 이름 적어두고 경복궁 구경하다 시간 맞춰 오라고….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10시 오픈까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착실히 기다려야 했다. 비가 오는데도 우리가 도착한 이후로 개장 전 30~40분 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생과방 주변 터가 다양한 크기의 우산을 쓴 사람들로 채워져 갔다.

드디어 입장 시간이 되고 문이 열렸다. 직원 분 안내 하에 발열 체크, 방문자 정보 기록/QR 코드 체크 등을 하고 우리 가족이 앉을 방으로 향했다.

안내 받은 방은 우리 가족만 단독 공간으로 쓸 수 있어 좋았지만, 모두 일렬로 앉아 창문 쪽을 바라봐야 하는 자리 구성이었다. 부모님을 가장 안쪽에 창문 바로 앞으로 앉으시게 하고, 나는 아쉽지만 벽 부분이 정면인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위에 찍어 놓은 사진도 대각선으로 바라본 창 밖 풍경이다. ㅎㅎ) 줄 선 순서 & 자리가 나는 대로 체험 장소를 지정받기 때문에 아쉽지만 우리는 자리/방 운은 별로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짐을 내려 놓고 다시 안뜰로 나가 생과방 구역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키오스크에서 차와 다과를 주문했다. (유일하게 매우 현대화된 부분ㅎㅎ)

봄에 다녀온 걸 이제 포스팅하니, 어떤 다과를 주문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 참고했다. 우리는 5월 특별 메뉴였던 꽃지짐이(화전) & 금은화다건공다를 시켰고 (차 다른 거 하나 더 시킨 건 사진에 없어서 기억이 안 남ㅠㅠ), 궁중병과에선 서여향병, 주악, 약과, 매작과, 배정과를 시켰다.

달달한 걸 좋아하는 조시 입맛에는 주악이 1등으로 뽑혔다. 서여향병에는 마가 주재료로 들어가는데, 평소에 흔히 먹는 재료가 아니라 어떨까 싶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사진에서 보이듯 디저트 크기가 작아서 엄청 금방 먹는데, 맛있는 거 한 번 더 주문하고 넷이 먹고 마시다 보니 생과방에서 쓴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ㅋㅋㅋ 그래도 부모님이랑 조시랑 넷이서 궁 다 같이 와서 특별한 경험할 수 있어서 참소비였다.

맛있게 먹고 마시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른 쪽 풍경 사진도 찍어 봤다. 우리가 있던 방의 뒷쪽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다. 내리는 비에 한층 더 차분한 느낌이다.

우리가 다녀온 시기(2021/5) 이후부턴 일부 대상자를 제외하고 온라인으로 방문일시를 미리 찜콩 해야 하는 걸로 바뀌었다. 시간당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온라인 예약 경쟁률이 셀 텐데 나는 봄에 다녀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부지런함과 인내심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었으니까…

온라인 예약이 원론적으로는 우리처럼 비 오는 날 1시간 가까이 무작정 기다리는 비효율성을 막을 수 있어서 좋긴 한데(당시에 기다리면서 예약제였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 같기도…ㅎ), 여러 이유로 온라인 예약에 어려움을 겪을 사람들한테는 접근의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게 아쉽다. 다양한 궁궐 행사에 대한 인기가 매년 이렇게 많으니…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조금 더 고생해주셔서 상시 행사가 되면 너무나 좋겠다는 욕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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