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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달빛기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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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를 올해 상반기에 드디어 다녀왔다. 행사 소식을 접했을 땐 이미 매진된 지 한참이라 올해도 가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입국 후 2주 격리 하는 동안 매일 수시로 11번가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취소표를 기다렸다. 결국 조시랑 내 것 2장과 부모님 보내드릴 2장까지 총 4개의 취소표 득템에 성공해서 뿌듯했다. (아이디 1개당 2장이어서 부모님 건 엄마 아이디로 끊었다). 이번에 한국에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데다 취소표를 구한 거라서 부모님은 5월 중하순에 먼저 다녀오셨고 우리는 6월 13일 저녁 8시 20분 회차로 창덕궁의 밤을 구경했다.

창덕궁 달빛기행 - Sehee in the World

전날 밤에 하늘을 보니 달이 너무 작아서 미리 서운했었는데 다행히 예쁜 초승달이 떴다. 해설사도 달이 너무 예쁘게 떠서 궁 누각에 걸린 모습도 멋지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진 많이들 찍으라 말씀하셨다.

코로나 시국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행사 때 영어 진행이 따로 있었는지 모르겠음) 안내는 한국어로만 진행돼서 음성 수신기로 전달받은 한국어 설명 중에 조시가 흥미로워할 만한 부분들을 따로 영어로 말해주면서 구경했다.

해설사분도 말씀하셨듯이, 야간 프로그램은 궁의 고요한 정취를 느끼는 게 초점이라고 설명이 그리 자세하진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 사진 찍으세요~’ 하면 참가자들이 전부 다 카메라 들고 열심히 찰칵찰칵하고 움직이는 형식이 더 강했다. 예전에는 3분 간격으로 다음 팀들이 들어왔다는데, 내가 참석한 시간대는 마지막이라 다음 팀이 없었음에도 이 한 팀 안에서도 오밀조밀 뭔가 바쁘게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 나는 좀 아쉬웠다. 밤에 창덕궁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니까 시간이 더 잘 가서 멈추는 장소마다 짧게 느껴진 걸 수도 있지만, 사람들끼리 서로 앵글 안에 들어오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까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부랴부랴 셔터를 눌러야 하는 상황이… 고요한 정취를 느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졌다.

아쉬운 감정들을 먼저 나열해놨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중간중간에 대금, 거문고, 판소리, 그림자극과 부채춤 등 미니 공연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림자극은 효명세자를 주제로 만든 거라 했는데, 마침 그날 오전에 부모님과 헌인릉을 다녀왔던 우연이 겹쳐서 두 배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인릉은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 김 씨의 능이고 효명세자는 두 사람의 아들)

창덕궁 달빛기행: 후원에서 본 왕가의 산책과 거문고 공연 - Sehee in the World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창덕궁 후원에 범이 나타났던 기록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침 우리가 후원에서 짧은 자유 시간을 가지던 중에 고양이가 나타났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까 두 분 투어 중에도 고양이가 나타나서 안 그래도 해설사가 과거 호랑이 출몰에 대해 잠깐 설명해줬다고 하셨다. 그 고양이는 아무나 들어가기 어려운 후원을, 호랑이나 표범같은 상위 포식자도 없으니 내 집마냥 왔다 갔다 한다는 건데…. 부럽군!

그림자극 & 부채춤 공연을 마지막으로 달빛 기행 프로그램이 끝났다. 청사초롱을 반납하고 파우치와 창덕궁 부용지를 테마로 한 천연비누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이 비누는 볼 때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감탄한다. 열일하는 굿즈팀에서 스스로도 뿌듯해할 것 같은 상품… ㅋㅋㅋ 비누(+패키징) 하나만으로도 벌써 창덕궁의 하이라이트인 후원을 떠올리거나 설명할 수 있어서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받은 비누 중 하나는 조시 어머니 드리려고 영국에 가져왔다.

창덕궁 달빛기행: 왕가의 산책 - Sehee in the World

낮에 둘러봐도 좋은 창덕궁을 밤에, 그것도 청사초롱 들고 중간중간 전통 음악까지 라이브로 들으면서 구경하니까 정말 너무 좋았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 아직 창덕궁 달빛기행을 다녀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한 번쯤은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2021 상반기 행사 리뷰 요약

  • 좋았던 점: 고즈넉한 창덕궁 밤 풍경, 청사초롱, 다양한 전통 공연 하이라이트, 굿즈
  • 아쉬웠던 점: 사진 찍고 얼른 넘어가는 듯한 느낌(그러다 보니 한 세션에 20명 정원도 생각보다 훨씬 더 많게 느낌), 행사 기간 영어 해설 스케줄은 아예 없었던 것
창덕궁 달빛기행: 야경 - Sehee in the World

창덕궁 달빛기행과 관련해서 쓸모 있을지도 모를 팁

2021년 상반기 행사에 다녀온 걸 바탕으로, 누군가는 유용하다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적는 아주 소소한 정보입니다.

  •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날 바로 매진되었다고 금방 포기하지 마세요. 앞서 적었듯 이번에 취소표로 부모님도 다녀오시고 저도 구경했답니다. 물론… 예매처 웹페이지를 엄청나게 자주 들락날락했습니다.
  • 취소표가 뜨는 건 랜덤 타이밍이지만 경험상으로는 희망 예약 날짜 1~2일 전, 하루 중 애매한 시간대에 들어가 보면 가끔씩 등장했습니다. 저는 취소표 구해보려고 11번가(2021년 상반기 예매처) 앱도 다운받고, 노트북에는 해당 웹페이지를 탭으로 상시 띄워놓고 생각날 때마다 새로고침 했습니다. ㅎㅎ

창덕궁 달빛기행 최신 정보

이 리뷰는 2021년 상반기에 참여했던 창덕궁 달빛기행에 대한 감상글입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되는데, 이 행사를 포함해 서울 궁궐 특별 행사 일정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글을 따로 올려두었어요. 창덕궁 달빛기행에 관한 최신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확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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