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행 중엔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란다. 활동에 제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꼭 비가 내려주기를 바랐는데, 바로 2020년 11월부터 적용된 경복궁 파수군사들의 우천 복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은 대학 동아리 활동, 야간 개장이나 시식공감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 등 자주 갔기 때문에 내게 매우 익숙한 곳이다. 물론 그때는 언제나 내가 경복궁 가는 날이 화창하기를 바랐다. 비 내리는 날 고궁 산책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비 내리는 날을 고른 적은 없었다. ㅎㅎㅎ
마침 주말에 비 예보가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생과방 체험 겸 파수군사 우장(雨裝)을 보기 위해 경복궁에 다녀왔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입직 근무 위주로만 이뤄지는 상황이라지만, 광화문 아래서 평소에 보던 것과 다른 복장을 하고 경복궁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을 보니 신기했다.
그들의 funky (fashionable in an unusual and noticeable way) 한 복장이라면, 비가 오면 속상할 관광객들의 하루를 밝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가운데서 자리를 지키는 수문장은 양옆의 수문군보다 높은 직책이라 그 둘의 모자 모양도 달랐다. 수문장의 모자는 ‘지삿갓’, 수문군의 모자는 ‘갈모’라고 불린다 한다.
12시 정오를 기점으로 근무 교대를 하는지, 우리가 광화문 밖으로 나왔을 때 본 분들은 들어가고 오후 근무자가 나왔다. 오전 근무자 수문군, 수문장들이 일렬로 들어가는데 우장 덕분에 그 옆모습이 꽤 귀여웠다.
비가 오면 돌아다니기 불편한 건 여전하지만, 우장 입은 경복궁 수문장과 수문군 덕에 국내외 관광객들이 예전보다는 비 오는 날을 반가워하지 않을까 싶다. 야외 행사에 있어서 비 오는 날은 최악의 경우인데 오히려 비가 와야만 열리는 볼거리가 새로 생겼으니 말이다.